교황, 테베레 섬에서 “새로운 순교자들”과 난민자들을 기억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4월 22일 오후 로마에 있는 테베레 섬의 성 바르톨로메오 대성당에서 성 에지디오 공동체 주최로 20세기와 21세기의 “새로운 순교자들”을 기념하는 말씀의 전례를 거행했다. 교황은 강론을 통해, 교회가 만일 목숨을 바치고 일상 안에서 신앙을 증거하는 순교자들의 교회라면, 교회는 교회답다고 재차 강조했다. 교황은 더 나아가 종종 유럽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난민들의 극적인 상황과 그들과 더 큰 연대를 이루어야 할 필요성을 상기시켰다. 전례를 거행하는 동안 예수님을 따랐기 때문에 목숨을 잃은 그리스도인들의 두 가족과 친구 한 명이 증언을 이어갔다.

우리는 세상의 수많은 그리스도인이 고통 받고 있는 이 시대를 직시한 교황의 기도에 아주 특별한 가치를 두면서, 알레포의 2명의 주교 납치 4주기를 기억하며, 또한 부활의 빛에 비추어 이집트에서 자행된 최근의 만행을 기억한다. 순교의 유구한 역사와 새로운 순교자들은 한 가지 기억을 곱씹게 만든다. 2000년 희년부터 현대 순교자들을 기억해왔던, 테베레 섬의 성 바르톨로메오 대성당에서 거행된 교황의 철야기도는 성 바르톨로메오의 유해와 “새로운 순교자들”의 성화에 대한 경배로 시작됐다. 그 후 성 에지디오 공동체의 설립자 안드레아 리카르디가 교황께 감사를 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순교자들은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권력이나 무기, 돈이나 협상으로 이기지 못했음을 상기시켜줍니다. 그들은 영웅들이 아니라 유일한 힘인 신앙과 사랑이라는 순수한 힘으로 무장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살리지 않으셨고 예루살렘에서 도망치지 않으셨던 것처럼, 순교자들은 목숨을 구걸하지 않고 오히려 목숨을 바칩니다.”

이어서 세 명이 증언했다. 1939년 강제수용소에서 독살된 루터파 개혁교회 목사인 폴 슈나이더의 아들인, 칼 슈나이더는 이렇게 증언했다.

“우리 모두는 오늘도 너무도 많은 약속을 하지만, 제 아버지는 오로지 주님께 충실했고 신앙에 충실했습니다 (…) 수용소에서도 그랬습니다.” 

프랑스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살해된 지 일 년도 채 안 된 자크 아멜 신부의 여동생인 로셀린 아멜은 이렇게 말했다.

“자크 아멜 신부님의 희생이 많은 결실을 가져와서, 우리 시대의 모든 사람들이 평화 안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길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2009년 엘 살바도르에서 무장단체에 의해 살해된 윌리암 퀴하노의 벗인 프란치스코 에르난데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친구가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것이 잘못인가요? 윌리암은 평화를 가르치는 것을 멈추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의 노력이 폭력의 쇠사슬을 부수었습니다.”

교황은 강론에서 교회가 만일 순교자들의 교회라면, 다시 말해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예수님을 고백할 은총을 가진 이들의 교회라면, 그 교회는 교회답다고 상기시켰다.

“감춰져 있지만 사랑의 온유한 힘에, 성령의 목소리에 충실한 수많은 순교자들도 있습니다. 이 순교자들은 매일의 삶에서 형제들을 도와주고 아낌없이 하느님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황은 더욱 강력한 표현을 사용하면서, 예수님께서는 항상 사랑에 대해서 말씀하셨고, “미움”이라는 단어는 당신 제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울 때 사용하셨다고 강조했다. “놀라지 마라! 세상이 너희를 미워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거든 너희보다 먼저 나를 미워하였다는 것을 알아라.” 미움은 예수님에 의해 구원된 이들을 향해 이 세상의 악의 지배자들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미움의 기원은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에 의해 구원받았고, 이 세상의 지배자가 이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그가 우리를 미워하고 박해를 일으킵니다. 이 미움과 박해는 예수님의 시대와 교회가 탄생되던 시대부터 우리 시대까지 계속됩니다. 오늘날 얼마나 많은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박해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까!”

교황은 또 이 어려운 시기에 교회는 순교자들과 증거자들이 필요하다며 다음과 같이 명확히 설명한다.

“순교자는 영웅처럼 생각될 수 있지만, 순교의 토대는 “은총을 받은 것”입니다. 우리를 순교하게 만드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아울러 교황은 교회는 순교자들 뿐 아니라 교회를 살아 있게 만드는 피요, 교회를 앞으로 이끌어가는 매일매일의 성인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저는 오늘 이 성당에 성화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습니다. 한 여인입니다. 저는 그녀의 이름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녀는 하늘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제가 레스보스 섬에 갔을 때, 난민들과 인사를 나눴고 세 명의 자녀와 (함께 있는) 30대의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그가 저를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무슬림 신자입니다. 제 아내는 그리스도교 신자입니다. 우리 나라에 테러리스트들이 침입했을 때, 그들은 우리를 쳐다보고 무슨 종교인지 물었고 십자가 목걸이를 하고 있던 제 아내를 보자 바닥에 버리라고 요구했습니다. 바로 이 십자가입니다. 제 아내가 그렇게 하지 않자 제 앞에서 그녀의 목을 베었습니다. 우리를 그토록 사랑했던 그녀를 말입니다!’ 이 성화는 오늘 제가 선물로 이 자리에 가져온 겁니다. 그 남자가 아직 레스보스 섬에 있는지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혹시 그 사람이 그 수용소로부터 나갈 수 있을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수용소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곳에 많은 난민들이 그냥 방치되어 있기 때문에 수용소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들을 받아들이는 관대한 국민들이 이 짐을 계속 짊어지고 나아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국제적 협약이 인간의 권리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아무런 원한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무슬림 교도인 그는 이 고통의 십자가를 아무런 원한없이 걸고 있었습니다.”

끝으로 교황은 다음과 같은 기도로 강론을 마무리했다.

“오 주님, 저희로 하여금 복음과 당신 사랑의 합당한 증인이 되게 하소서. 당신의 자비를 인류 위에 베풀어 주소서. 당신 교회를 새롭게 하시고, 박해 받는 그리스도인들을 지켜 주시며, 온 세상에 평화가 빨리 실현되도록 도와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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