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왜?”라고 묻는 청소년들과 나눈 대화 “나약한 어른들 때문…여러분은 나약하지 않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사회적으로 소외될 위기에 처한 30여 명의 루마니아 청소년 그룹 간 대화는 “왜?”라는 물음으로 넘쳤다. 교황에게 질문한 이들은 바로 국민민주전선협회(Fronte Democratico Popolare, Fdp)-교육주역(associazione Fdp-Protagonisti nell’educazione)에서 돌보고 있는 청소년들이었다. 교황청 홍보처는 2월 19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에서 지난 1월 4일 이들을 만나 6개의 질문에 대답했고 그 문답이 문서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자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약한 어머니

스무 살을 갓 넘긴 한 청소년은 교황에게 이렇게 물었다. “왜 제 엄마는 저를 받아들이지 않을까요? 엄마는 저를 고아원에 버렸습니다. 저는 21살이 되어서야 엄마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저를 잘 대해주지 않았고, 저는 집을 나왔습니다.” 교황은 그 질문지를 읽자 마자 “아마도 저에게 경계심을 풀었기 때문에” 울컥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교황은 이 문제는 어른들의 잘못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여러분들의 경우에 수많은 불행, 보잘것없는 이들과 가난한 이들을 압박하는 수많은 사회불의, 그리고 수많은 영적 빈곤을 감당해야 했던” 어른들의 엄청난 나약함에 대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는) 어떤 어머니가 자기 자식을 버리는 일과 같이, 불가능하게 보이는 일을 유발시키고 냉혹한 마음을 갖게 만든다. 이어 교황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 어머니 역시 당신을 사랑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는 겁니다. (...) 삶이 고되기 때문에, 부당하기 때문에 (그 사랑을) 표현할 수 없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그 사랑을 볼 수 있도록,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의심하지 말고, 희망을 가지십시오.”

여러분의 고통 안에서, 하느님께서는 치유의 포옹을 가져다 주십니다

아울러 교황은 건강한 자녀만 사랑하고 병든 자녀 혹은 문제가 있는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들에 대해 질문한 청소년에게도 “나약한 어른들”에 대해 말했다. 교황은 부모 세대가 그러한 나약함을 극복하기 위한 도움을 받을 수 없었으며 강하게 성장하기 위한 방법을 가르쳐줄 친구도 찾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대에게 나약한 부모가 주어졌다고 인생을 비관하지 마십시오. 그대는 그처럼 나약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모님의 연약함을 도와드릴 수 있다’는 점에 하느님께 감사 드리십시오.”

그렇지만 “왜?”라는 물음에 답변할 수 없는 질문도 있었다. “왜 우리는 이런 운명을 겪고 있나요?”라고 교황에게 던진 물음과 같은 경우다. “우리는 단지 바라보고, 느끼고, 고통을 겪으며 울 수 밖에 없습니다. 오로지 하느님만 답하실 수 있습니다.” 이는 태어나면서부터 눈이 멀었다면 누구의 잘못인지 여쭈었던 제자들의 물음과 그에 대한 예수의 답변(“하느님의 일이 저 사람에게서 드러나려고 그리된 것이다”(요한 9,3))과 같은 맥락이었다(요한 9,1-2 참조).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어릴 때부터 처할 수 밖에 없었던 수많은 불행한 상황들 앞에서, (그 상황을) 고쳐주시고, 다시 낫게 해주시기를 원하셨습니다. 여러분은 그런 것들을 경험했습니다. ‘왜’라는 질문은 통증, 질병, 고통에서 치유되는 만남이며, 치유의 포옹을 줍니다. 그렇지만 ‘왜’라는 물음은 그 이후를 위한 것이지, 그 시작은 알 수 없습니다.”

성당에서 하느님의 사랑이 “일하도록” 우리를 맡깁시다

어떤 청소년은 교황에게 “우리가 친구끼리 자주 말다툼하고 싸우는 것처럼, 만일 성당에서 나가서 잘못을 저지르고 죄를 범한다면, 왜 다시 성당에 가야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교황은 이렇게 대답했다. “성당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꾸미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하느님 앞에 있어야 합니다. 성당에 들어가면서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저 여기 왔습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저를 사랑하시고 저는 죄인입니다.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우리가 그렇게 행한다면,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용서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언제나 똑같은 상태로 남아 있지 말고, (하느님의 사랑이) ‘일하시도록’ 맡겨드립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마음이 일깨워지도록 일하십니다. 그리고 그분의 사랑은 우리의 이기주의가 있는 자리를 차지하십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천국에 데려가고 싶어하십니다

지난해에 세상을 떠난 친구가 천국에 갔는지 여부를 물은 청소년이 있었다. 정교회 사제로부터 그 친구가 죄인인 상태로 죽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교황은 이렇게 대답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천국에 데려가고 싶어하십니다. (...) 잃어버린 양을 찾기 위해 항상 걸어가고 계신 분이십니다. 그분께서 우리를 찾으셨을 때, 비록 우리가 엄청나게 나약한 상태에 있더라도, 혹시 우리가 죄로 더럽혀져 있더라도, 비록 우리가 모든 이로부터 버림받고 삶으로부터 내동댕이쳐졌더라도, 그분께서는 우리를 껴안으시고 우리에게 입맞춤을 해주십니다.”

아울러 교황은 자녀를 다른 사람에게 맡긴 일이 잘한 일인지를 자문하는 한 어머니를 위로했다. 그녀는 비록 자신의 아기와 자주 만나기는 하지만 혼자라는 감정에 휩싸여 있었다. 교황은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 입양이 하나의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자기 자신에 스스로 갇히지 마십시오.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동료를 찾으라고 권고하고 싶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새로운 가족, 당신의 가족을 만들기 위해 오셨습니다. 그 가족은 그 누구도 홀로 있지 않으며, 우리 모두가 형제요 자매이며,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의 자녀들이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어머니 동정녀 마리아의 자녀들입니다.”

끝으로 교황은 협회의 책임자인 시모나 카로베네(Simona Carobene)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 협회는 국제 자원봉사 연맹(Associazione Volontari per il Servizio Internazionale, Avsi)의 자원봉사자들과의 교류 덕분에 루마니아에서 시작됐으며 주싸니(Giussani) 신부의 영성 안에서 성장했다. 교황은 이같이 말하며 만남을 마무리했다. “여러분을 만나게 된 것은 저에게 무척 유익한 일이었습니다. 기도 안에서 여러분을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부탁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기도가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여러분도 저를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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