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파스카 성야 “빈 무덤을 관상하십시오. 두려워하지 말고 예수님을 따르십시오”


침묵의 밤이다. 추위로 둘러싸인 어둠이 “주님의 죽음 앞에서 침묵의 무게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그 침묵 안에서 우리 각자는 “십자가 앞에서 말문이 막힌 채 서있는 제자의 찢어진 마음 깊숙한 곳으로 내려가는 것을 인식”한다. 하지만 (그 침묵은) “그리스도께서는 부활하셨다!”라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포의 서곡이기도 하다. 어둠이 걷히고 빛으로 가득한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파스카 성야를 거행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강론이 울려 퍼졌다. 파스카 성야 전례의 핵심 세 가지는 성전 바깥에서 진행된 불 축복과 파스카 초 행렬, 그리고 8명의 성인에 대한 세례식이었다.

오늘날의 제자는 수많은 불의 앞에서 속수무책입니다

교황은 “예수님의 죽음으로 야기된 고통 앞에서 일언반구도 할 수 없었던 제자들의 시간이 바로 이랬다”고 상기시켰다. 스승께서 당하신 중상모략과 거짓 증언 앞에서, “제자들은 침묵했습니다. (...) 제자들은 그분을 부인했고, 숨었으며, 도망쳤고, 침묵했습니다.”

“자신을 억누르고 에워쌌던 수많은 고통스러운 상황들 앞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 채, 얼어붙고 속수무책인 제자의 침묵의 밤입니다. 오늘날의 제자는, 그를 강요하는 현실 앞에서 할말을 잃어버렸고, 더 심각한 것은 많은 우리 형제들이 피부로 절실히 느끼는 수많은 불의를 이기기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믿는 것입니다.”

일상에 짓눌리지 말아야 합니다

이는 습관이나 편리한 것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것에서 비롯되는, 오늘날에도 경험되는 방향 감각의 상실이다.

“그에게서 기억을 앗아가 버리고, 희망을 감추게 하며, ‘언제나 그렇게 해왔어!’라는 방식에 익숙하게 만드는 압도적인 습관에 젖었기 때문에, 그 제자는 머리가 지끈거렸습니다. 그래서 제자는 할말을 잃었습니다. 제자는 카야파의 다음과 같은 표현을 정상이라고 여기며 (그런 상황에) 익숙해질 정도로 아둔해졌습니다. ‘온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하여 죽는 것이 여러분에게 더 낫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헤아리지 못하고 있소!’(요한 11,50)”

우리는 빈 무덤을 관상하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그러나 교황은 “우리가 침묵하고 있으면 돌들이 소리지르기 시작할 것”(루카 19,40 참조)이라고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무덤의 돌이 소리를 질렀고, 그 외침을 통해 모든 이에게 새로운 길이 선포됐습니다. (...) 그래서 우리는 빈 무덤을 관상하고 ‘놀라지 마라.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마르 16,6)는 천사의 말을 듣도록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천사의) 이 말이 우리의 가장 확고한 신념과 확신에 와닿기를, 일상적인 사건들을 판단하고 대처하는 우리의 방식, 특별히 다른 이들과 관계 맺는 우리의 방식에 와닿기를 바랍니다. 빈 무덤은 도전하고, 움직이며, 질문하기를 원하지만, 무엇보다도 하느님께서는 어떠한 상황에서든, 어떠한 사람에게든 ‘다가오십니다.’ 그분의 빛은 실존의 가장 내밀하고 예측 불가능한 변두리 지점에 가 닿을 수 있다는 신뢰를 갖고 믿을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줍니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다!”는 선포는 우리의 희망을 뒷받침해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당신의 구원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시기 위해” 죽음에서 부활하셨다.

이는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인간 존엄의 여정을 찾고, 특별히 이 여정을 생성하는데 있어 우리의 삶과 에너지, 지성과 감정, 그리고 의지를 추구하기 위한 토대이자 힘입니다.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마르 16,6 참조) 이는 우리의 희망을 뒷받침하며, (그 희망을) 구체적인 사랑의 몸짓으로 변화시켜 주는 선포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쇄신돼야 합니다

교황은 우리의 연약함이 이 체험으로 기름부음 받도록 내어 맡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신앙이 쇄신되고, 우리의 근시안적인 지평이 토론의 여지가 되며, 이 선포에 의해 쇄신될 필요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분께서는 부활하셨고,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구체적인 문제들에 직면하기 위한 우리의 창조적인 희망도 그분과 더불어 부활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여러분을 기다리시니,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교황은 파스카 신비를 거행하는 것이 “하느님께서 우리의 역사 안으로 들어오시고 끊임없이 개입하신다는 것을 다시금 믿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교황은 우리가 이 생명의 선포에 참여하기를 원하는지, 아니면 사건들 앞에서 침묵으로 일관하겠는지를 물었다.

“형제자매 여러분,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고, 부활하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여러분을 갈릴래아에서 기다리시고, ‘두려워하지 마라, 나를 따라라’(요한 21,19 참조)고 여러분에게 말씀해주시기 위해, 첫사랑의 장소와 그 시절로 돌아오라고 초대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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