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사건 70주년… 교황, “치유와 화해 증진하길”


프란치스코 교황은 1만여 명이 넘는 시민들의 죽음을 초래한 대학살 사건인 제주 4·3 사건 70주년 기념 행사를 갖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치유와 화해의 메시지를 보냈다.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이번 기념 행사를 통해 치유와 화해를 촉진시키기를 희망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를 한국 천주교주교회의(이하 CBCK)에 전했다.

지난 4월 3일 화요일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제주도에서 발생한 4·3 사건의 70주년을 기념했다.

CBCK 웹페이지에 올라온 교황의 메시지에 따르면, 파롤린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 행사를 통해 치유와 화해를 증진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모든 남녀가 형제적 연대와 항구한 평화를 바탕으로 하는 세상을 건설하는 데에 새로운 각오로 투신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교황이 대한민국 국민들을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의 전구에 맡기며, 희망을 굳게 간직하도록 늘 기도로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대학살

1945년 일본의 항복과 동시에 미국과 소련은 한반도를 둘로 분단하는 38선을 그었다. 그 후, 1947년 유엔(UN)의 주도하에 한반도 전체 총선거를 진행하고자 했지만, 소련이 이를 거부하자 미국의 주도하에 남한에서만 총선거가 열리게 됐다.

하지만 남북의 분단을 우려하며 5·10 단독 선거를 반대한 제주도민들은 이념갈등의 포로가 되어 냉전체제의 희생제물이 됐다. 미군정과 이승만 정부는 제주도의 지역적 특성이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가혹한 무력진압을 감행함으로써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3만여 명의 도민의 목숨을 앗아가 제주의 섬 전체를 잿더미로 만들었다(CBCK 사회주교위원회, 제주 4·3 70주년 기념 부활절 선언문 ‘폭력과 죽음을 넘어 부활의 생명으로’, 2018년 4월 1일 참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간 대한민국 정부는 이 대학살 사건을 은폐해왔다.

제주 4·3 사건을 기념하는 한국 교회

CBCK측은 지역 교회가 기념하는 행사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메시지를 보내준 사실이 아주 놀랍다고 전했다.  

제주 4·3 사건을 기리기 위해 제주교구와 CBCK 정의평화위원회, CBCK 민족화해위원회가 모여 제주교구 4·3 70주년 특별위원회를 조직했다. 특별위원회는 4월 1일부터 7일까지 1주일간 제주 4·3 기념주간으로 정한다고 밝혔다.

한 주간의 기념 행사 중 하나로, ‘제주4·3 70주년 추념미사’가 CBCK 의장 겸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의 주례로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대성전에서 봉헌됐다.

제주를 떠올리게 한 주교들의 부활 메시지

사전에 발표된 대한민국 주교들의 부활절 선언문에는 제주도민들에게 가해진 폭력진압을 비롯해 불의와 폭력을 묵인하고 동조한 것이나 다름없는 대학살의 진실 은폐에 대한 규탄의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이 사건이 제주도에서만 일어난 국지적인 사건이 아니라, “국가적 재앙”이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제주도민들의 고통은 국민 모두의 고통이고 불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교들은 부활의 의미를 되새기며 모든 이들을 위한 희망을 선언했다. 이들은 인간의 죽음과 절망을 생명과 희망으로 바꾸어 주시는 하느님을 언급하면서, 제주 4·3 사건 70주년이 절망과 고통의 상징으로만 기억되는 게 아니라, 치유와 생명, 그리고 희망의 상징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반도를 향한 교황의 시선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반도의 흐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교황은 지난 2014년 8월 13일부터 18일까지 개최된 제 6차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여하며 방한했다. 방한 마지막 날에는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한반도의 화해를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교황은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에게 “의심과 대립의 마음”을 버리고 평화를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찾으라고 촉구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월 26일 주한 교황대사로 알프레드 수에레브 대주교를 임명했다. 이는 남한과 북한 양국의 화해와 발전된 관계를 독려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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